#1
시크릿가든이라는 아티스트를 표현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 중에 하나는 바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입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는 유럽의 시청자 앞에서 노래, 춤 등 자신의 기량을 뽐낸 뒤
순위를 가리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대회로 1956년 이래로 ABBA(스웨덴)와 셀렌디온(스위스)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등용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쉽게 말하면 전 유럽을 무대로 하는 슈퍼스타K로 볼 수 있겠네요.
이런 공신력있는 대회에서 1995년 시크릿가든이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바로 오늘 소개드릴 [Nocturne]으로 말이죠. 1995년 당시 대회 라이브 영상을 링크해 봤습니다.
나름 젊은 시절의 러블랜드와 쉐리의 모습이 인상적
[Nocturne]은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도 유일한 연주음악 우승작이라고 합니다.
곡 초반과 후반의 노르웨이어로 된 짧은 가사는 대회 규정을 맞추기 위해 포함된 거라고 하네요. 이 곡이 유럽 전역에서
히트를 치면서 1년 뒤인 1996년 데뷔 앨범 <Song From a Secret Garden>을 발표하게 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앨범이
가장 많이 팔린 국가가 시크릿가든의 출신지인 노르웨이와 아일랜드, 그리고 한국이라고 합니다. 이 때쯤 <젊은이의 양지>
등의 국내 드라마에서 시크릿가든의 곡을 BGM으로 사용하면서 먼 이국땅인 우리나라에까지 시크릿가든의 음악이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첫 앨범이 발매된지 1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Nocturne]은 [Song from a Secret Garden], [You Raise Me Up]과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세 곡 모두 정말 좋은 곡들이고 저마다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있겠지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시크릿가든의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건 아무래도 [Nocturne]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시크릿가든의 애잔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매체에서 시크릿가든의
대표곡들을 희화화하는 장면을 봤을 때는 살짝 씁쓸하기도 했죠. 예를 들어 예전에 <헤이헤이헤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델커플'이라는 꽁트가 있었는데 여기서 피날레로 사용된 음악이 바로 [Nocturne]이었고, 얼마 전에는 <라디오스타>라는
예능에서 MC들이 출연자들의 눈물연기를 촉진시키는 음악으로 슬픈 음악을 깔아달라고 했을 때 흘러나온 음악이
[Song Frome a Secret Garden]과 [Nocturne]이었는데, MC들이 웃으면서 이 음악은 너무 뻔하다며 음악을 바꿔달라더군요.
둘 다 정말 재밌게 본 예능이지만 시크릿가든의 대표곡들이 우리나라에서 '슬픈 음악의 대명사'로 통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크릿 가든 음악은 슬프고 어둡다'라는 편견을 심어준 하나의 예로 작용한 건 개인적으로 안타깝네요.
이런 음악 외적인 요소를 차치하고 음악만 놓고 본다면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자주 듣는 음악입니다. 특히 후렴구의 바이올린과
휘슬, 그리고 정체모를 악기의 선율이 빚어낸 하모니는 시크릿가든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죠. 'Nocturne'의 뜻이 야상곡인데,
이 곡은 흔히 생각하는 달달하고 잔잔한 애상곡과는 거리가 멀죠. 감상의 키워드는 역시나 몽환적인 신비로움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밤보다는 많은 에픽물과 판타지의 배경이 되는 고대, 중세 유럽의 밤이나 도시화가 덜 된 지역으로 여행을 갔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고요한 밤이 연상됩니다. 역시나 음악에 대한 상상은 개인의 영역이지만, 아마도 이 곡은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명곡의 반열에 오른 듯 싶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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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가든의 음악을 수식하는 장르 용어 중에 '네오 클래시컬(Neo Classical)'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의 현대적 요소를 결합했다는 의미로 통용되는데요, 실제로 시크릿가든의 음악은
'전통 음악적인 요소를 현대적 팝 사운드와 융합시키고 클래식적인 요소까지 가미해 아름다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음악'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의 메인 아티스트인 야니, 스티브 바라캇, 양방언의 음악도 이 '네오 클래시컬'의
범주에 들어가고, 실제로 그들의 음악은 'Pop Insturmental' 'Comtemporary Instrumental' 'New Instrumental' 등
다양한 용어로 수식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닥치고 뉴에이지로 통용되고요.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순수음악 학계에서는 이런 뉴에이지 음악을 저속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은 듯 싶습니다. 실제로
음악 커뮤니티뿐 아니라 학교 커뮤니티에서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논쟁은 끊이지 않는 떡밥이고, 전통음악 측에서는
대중음악을 수준이 낮다며 비판하고 대중음악은 이에 대해 방어를 하는 형국이죠. 얼마 전에는 학교 커뮤니티에서
음대 교수님이 수업하시는 도중 장단의 개념이나 드럼의 예를 들며 리듬이 제한된 음악은 3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음악에 대한 이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런 전문가의 의견에 제대로 반박하긴
힘들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반박할 필요가 없는 듯 싶습니다.
어떤 사람의 음악적 취향은 그 사람이 어떤 음악적 환경에서 자랐는가가 중요합니다. 즉 환경적 요소가 그 사람의
음악적 심미안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셈이죠. 문제의 발언을 하신 교수님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노출 빈도가 아주 많았을 거라 추측됩니다. 하지만 저같이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은 자연스레
대중음악에 노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부모님께서 음악을 아예 듣지 않으시기 때문에 집에서는 음악을
접할 일이 거의 없었고, 피아노 학원도 몇 달 다니다 그만뒀을 만큼 제대로 악기를 배운적도 없으며, 주위 친구들도
다 고만고만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제 기억속 학창시절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어디선가 우연히 접한 클래식 음악에 '와! 이거다!'라는 생각이 든 적도 별로 없었고요. 오히려 대학교 와서
음악 교양 시간에 듣게 된 몇몇 '현대 음악'은 '이게 무슨 음악이야'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뉴에이지 등의 연주음악들을 좋아하게 된 것 역시 음악적 환경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교회에 다녔기 때문에 많은 음악에 노출되었고 다양한 악기의 협연에도 익숙했기 때문에 이런 클래식적 요소가
있는 음악에 끌릴 수 있었고, 중학교 때 틴팝을 좋아하는 친구들 덕분에 멜로디와 하모니에 음악적 가중치를
두기 시작했으며, 그럼에도 주류가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아 3~5분 사이의 음악과 둥둥거리는 비트에 익숙해졌죠.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중가요 차트와 친구들의 추천으로 한정된 음악을 들어오다가 대학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환경적 요소가 결합된 취향 형성에 들어섰던 것 같습니다. 입학 기념으로 새로 장만한 MP3 플레이어
덕에 다양한 음악을 찾는 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당시 대학교 1학년의 허무함과 방황을 달래기 위해
웅장한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는데 그 웅장한 음악 중에 스티브 바라캇, 야니, 막심의 음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음악이 제 음악적 취향에 따라 지금까지 생존했네요. 그리고 이 음악적 취향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
바로 익숙한 음악 찾기와 그 결과물들로 인해 탄생한 이 블로그였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좀 더 의식적으로 연주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했고, 이제는 확고한 음악적 취향으로 자리잡았죠.
결국 제 귀는 관현악이나 전자음을 활용한 웅장한 음악, 그리고 드럼비트가 강한 리듬감있는 음악,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4~6분짜리 음악, 그리고 상상의 여지가 넓은 연주음악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렇다고 클래식이라고
의식적으로 피하지도 않습니다. 몇 번 듣고 꽂힌 음악은 클래식이든 뉴에이지든 아이돌 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듣습니다. 실제로 며칠 전에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들을 찾아 들은 적도 있었고, 라데츠키
행진곡이나 위풍당당 행진곡, 경기병서곡 같은 경쾌한 클래식은 즐겨 듣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어떤 잣대로 평가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무식한 소리인지 몰라도 저는 클래식과 뉴에이지를 비롯한 연주음악의 차이가 뭔지도 잘
모르겠어요. TV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쇼팽의 [Nocturne](원제: Nocturne No.2 in E Flat Major Op.9-2,
클래식은 제목 뒤에 붙는 꼬리들이 위화감을 주기도 하죠)과 요즘 나온 창작 피아노곡과의 차이를 모르겠습니다.
물론 현재의 음악가들이 쇼팽 등의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을 들으며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오히려 시크릿가든의 [Dawn of a New Century]같은 곡은 클래식보다
더 클래식같이 느껴지는, 저에게 엄청난 감동을 선사한 곡입니다.
감동의 물결이 넘쳐 흐르다 못해 폭발하는 [Dawn of a New Century] 라이브 영상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도 베토벤이 짱이다, 바흐가 최고다, 교향곡이 짱이다, 진짜 클래식을 아는 사람은
오페라만 듣는다... 등의 논쟁이 끊이질 않는 걸 보면 이 놈의 우위 논쟁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몇몇 애정이 지나친 클래식 애호가들이 자신이 듣는 음악이 우월한 이유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시간에 우리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인생을 즐기면 될 것 같습니다.
"조금 여유가 생겨서 클래식 좀 들어볼까 했더니 도저히 못 듣겠더라고."하시던 저희 과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음악을 향유하는 사람은 자기 취향에 맞게 듣고 즐기면 그만인 거라 생각합니다. 음악은 자기 좋으려고 듣는 거지
누구한테 뽐내려고 듣는 게 아니니까요. 교양있는 척 하려고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클래식을 들을 필요가 없고,
문화적인 척 하려고 재즈를 들을 필요가 없으며, 잘 노는 척 하려고 클럽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은 각각의 다른 기능이 있는 것이고, 굳이 우리가 이런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아도
예술학계에서 이미 끊임없이 음악사적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잘 파악해서
여기에 맞는 음악을 찾아 들으려는 노력 정도는 필요하겠죠. 이 작은 노력만 있다면 음악으로 인한 더 풍요로운
삶이 가능해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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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enade To Spring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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