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쾰른 출신의 4인조 록밴드 크립테리아(Krypteria)가 최근 발표한 새 앨범으로 유럽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붉은 악마’를 연상시키는 핏빛 드레스를 입고 전지현처럼 검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를 압도하는 재독한인 2세 리드보컬인 조지인(Ji-In Cho)이 있다. 클래식을 전공한 조지인의 노래와 피아노 연주는 광폭하게 휘몰아치는 헤비메탈의 굉음 사이를 뚫고 독특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를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로 두고 있는 조지인이 헤럴드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을 전해왔다.
일문 일답 ▶ 크립테리아는 해외에서도 ‘German-Korean’ 록밴드라 불리고 있다. 굳이 ‘Korean’을 넣는 것은 당신의 뜻이 반영된 건가? = 글쎄, 내가 독일에서 태어나긴 했어도 한국인인건 분명하다. 그래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나?
▶ 새 앨범 크레딧에서 메이크업을 담당한 것으로 나와있는 문건희씨도 한국인인가? 언제부터 함께 일했고 어떤 관계이며 그녀는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현지 한인들과 교류 많은 편인가? = 그렇다. 그녀는 내 친구이고 한국인이다. 그녀의 스타일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그녀가 내 메이크업을 담당해주길 원했다. 게다가 건희씨는 한국인 얼굴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음, 그리고 시간이 날 때 되도록 많은 시간을 현지 한인 사회에서 보내려고 하고 있다.
▶ 동양인, 한국인으로서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유별난 강점은 무엇인가? = 독일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내겐 한국과 독일, 이 두 개의 강하고 훌륭한 문화 영향 아래에서 자라났다는 강점이 있다. 난 이 두 문화의 장점만을 취할 수 있고, 이들의 정신 세계를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좋아하는 한국 음악, 영화가 있나? 특히 한국의 여자 가수 중 닮고 싶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 남자 가수나 록 뮤지션 중에는? =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는 ‘JSA’이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야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윤도현의 개성을 사랑한다.
▶ 이번 앨범은 훨씬 강렬하고 치열하며 빨라졌다. 이유는? 언제 어떻게 변화를 계획하게 됐나 = 이번 앨범은 무척 개인적인 앨범이다.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은 한국인 매니저와 겪었던 불운했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우리를 이간질 시켰고, 심지어 우리의 음악적 정체성마저 포기하게 했다. 그 사람은 우리를 해체시키지 못하여 안달 난 사람이었다. 그의 가장 극악무도한 짓은 우리의 우정을 깨뜨리려 한 점이었다. 수많은 거짓말을 퍼뜨렸고, 게다가 우리 부모님에게 까지 몹쓸 짓을 하였다. 긴 얘기를 짧게 하자면, 난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신뢰와 실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런 사건들이 이번 앨범의 스토리 라인이 되었다. 이 위에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첨가하였다. 이 새 앨범은 이런 경험에서 나온 감정들을 전달해 주는 훌륭한 매개체라 생각한다.
▶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다. 훨씬 시장성 있는 팝을 택할 수도 있었는데 강렬한 록밴드 보컬을 택한 이유는? 또 성악 전공자이자 종교학도로서 현재의 고딕록 밴드에 가담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 난 쾰른의 뮤직 스쿨에서 클래식을 전공할 때 참가했던 TV 오디션 쇼 이전부터 록 밴드에서 노래해 왔다. 물론 내 음악 선생님은 이런 점을 참아내기 힘들어 하셨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수많은 다양한 스타일로 노래를 해봤었지만, 전형적인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독립적인 여성상을 표출해내는 록 음악이야말로 가장 내 스타일에 꼭 맞는 음악이었다.
▶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서 최근 아메리칸 아이돌 열풍을 어떻게 보는가? =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건, 아무도 듣지 않는 작은 클럽에서 자신만의 곡을 불러왔건 간에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이 되기위해 버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TV 쇼에 몰리는 게 아닌가 싶다.
▶ 일각에선 크립테리아의 거친 음악에 비해 당신의 목소리가 너무 약하고 팝적이란 평도 있는데…. = 내 목소리는 우리 음악의 헤비한 사운드 요소와 대조 된다. 난 바로 이런 점이 크립테리아 음악의 흥미로운 점이라 생각한다.
▶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인가? 한국 남자와 독일 남자 중 어느 쪽이 좋은가? 그 이유는? = 성격만이 내겐 중요할 뿐이다. 물론,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남자가 똑똑하건, 대머리이건 간에 나를 견뎌 낼 수 있느냐이다! :)
▶ 여성으로서 메탈 페스티벌 등 거친 관중들 앞에서 노래하면서 위협적이거나 무섭다고 느낄 때는 없는지? 당신만의 기선 제압 노하우는? = 아니, 결코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다. 보컬이 남자이건 여자이건 간에, 1000 명 혹은 백만명의 관객들이 지켜보건 간에 언제나 좋은 공연은 관객을 압도한다고 생각한다.
▶ 최근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 조승희씨로 밝혀졌다. 그의 극단적 성향에 한인 이민 1.5세대의 독특한 환경이 반영돼있다고들 논평하기도 하는데. 당신은 어떤가. 이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 = 희생자들뿐 아니라 그 범인에 대해서도 정말 슬프게 생각한다. 얼마나 희망이 없고 절망적이었길래 그런 일을 했을까?
▶ 이번 앨범의 ‘bloodangel’은 당신인가? 그래서 콘셉트에 맞춰 붉은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나? =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앨범은 안 좋았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우리의 이전 매니저는 그의 계획을 따를 때 돈을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해고하였고, 이 결정은 옳은 결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후에 만약 우리중의 한 명이 잘못된 결정을 해서 ‘악마의 조건’에 사인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얘기를 우리끼리 나누었다. 그렇다면, 잘못된 결정을 내린 사람은 남은 생을 고통을 받으며 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Bloodangel’이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우리의 베이시스트인 프랭크가 무대위에서 이 역할을 맡기로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왜냐면 그에게 맞는 붉은 드레스를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
▶ 한국인 부모는 당신의 록밴드 활동에 대해 걱정하거나 하지는 않는지? = 전-혀. 전혀 그렇지 않다. 부모님은 나와 밴드 멤버들을 무척 잘 알고 계시다. 특히, 부모님은 우리의 공연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계시다.
▶ 새 앨범에서 추천하고 싶은 곡은? = 글쎄, 모든 곡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고, 전체가 되었을 때 가장 빛이 나고 있다. 그냥, 지금 당신 기분에 맞는 곡을 하나 꼽아라. 예를 들어 ‘All Systems Go’는 내가 피곤할 때 듣는 곡이고, ‘Scream’은 내가 화가 났을 때, 그리고 ‘Lost’는 공허감을 느낄 때 듣는 곡이다.
▶ 당신은 요즘 말하는 이른바 `알파걸`인가? = 아니, 난 단지 밴드의 한 “걸(girl)”이지 알파걸처럼 행동하진 않는다. 우린 각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네 명의 평등한 창조적인 개인들이다.
▶ 향후 계획과 꿈, 인생의 목표는? = 정열적이고 창조적인 마인드로 계속 음악을 만들어서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굉장히 멋지지 않은가? :) 발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