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앞길이 훤히 열린 듯 촉망받는
바리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내가 있었지요.
그 사내가 멕시코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배우다 성악을 하겠다고 하자
그의 목소리에 반한 주변 사람들은
성악으로 전공을 바꾸기를 잘했다며
그의 목소리를 칭찬하면서 반가워했습니다.
그렇게 2년 정도 꾸준하게 경력을 쌓아가던 그는
얼마 전부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자신의 목소리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지요.
목소리가 생명인 그에게
그렇게 멋있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들리기 시작했고
그가 부르는 노래에 점점 생기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미 아내와 자식이 있는 가장으로서
언제까지 실망을 하며 쉴 수만 있는 처지가 아닌 그는
바리톤으로서의 모든 꿈을 접기로 하고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나이트클럽에서
대중적인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 날도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
자신의 차례에 노래를 부르고 내려온 그 사내에게
친구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다가섰습니다.
‘자네 정말 언제까지 여기서 이렇게 노래를 부를 건가?
제발 그만 두게...자네 목소리가 너무 아깝다네.’
그 친구는 그 사내의 손을 잡더니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번에 오페라 오디션이 있다네.
제발 그 오디션을 한 번 받아보자구...
기다릴 테니 꼭 와야 되네...꼭...’
친구의 간절한 부탁에
할 수 없이 오디션에 참가한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이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약속한 오디션 장소에 나타났지요.
친구의 정성에 이끌려 나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었습니다.
노래가 시작되자 목소리는 더 떨리기 시작하고
불안하게 흔들리는 음정...
그의 목소리가 좀처럼 안정감을 찾지 못하자
그 사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에
마음속으로 참기 힘든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그때 한 심사위원이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당신은 바리톤보다는 음역이 테너에 가까워요.
테너 아리아를 한 번 불러보겠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오디션 합격 소식에
그 사내는 테너로 전향해서 작은 역할부터 시작하지요.
늦게 제대로 찾은 목소리 덕분에
그 사내의 노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고
오페라 오디션을 볼 때마다 점점 큰 역할이 주어지면서
결국 이스라엘 국립 오페라단에 입단을 합니다.
그 사내는 테너로 크게 자리를 잡아갈수록
결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오텔로’라는 공연을 앞두고는
무려 150시간이나 연습을 해서 주변에서 말릴 정도...
결국 그 사내는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세계 3대 성악가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친구의 우정과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에게 숨어있던 가능성을 찾아낸 이 사내가
바로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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