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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시

[스크랩] [빈집]의 기형도, 그리고 Perhaps Love

by "조우" 2013. 1. 26.

 

      ▒ 빈 집 / 기 형 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해설 / 정끝별 시인

 

기형도(1962~1989) 시인의 마지막 시다. 1989년 봄호 문예지에서 이 시를 읽었는데 일주일 후에 그의 부음을

접했다. 이제 막 개화하려는 스물 아홉의 나이에, 삼류 심야극장의 후미진 객석에서 홀로 맞아야 했던

그의 죽음에 이 시가 없었다면 그의 죽음은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초라했을 것인가.

 

어릴 적부터 살던 집에서 이사를 계획하고 쓰여졌다는 후일담도 있지만 이 시는 사랑의 상실을 노래하고

있다. 사랑으로 인해 밤은 짧았고, 짧았던 밤 내내 겨울 안개처럼 창 밖을 떠돌기도 하고 촛불 아래 흰

종이를 펼쳐놓은 채 망설이고 망설였으리라. 그 사랑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것들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이 되었으리라. 실은 그 모든 것들이 사랑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떠나보낸 집은 집이 아니다. 빈집이고 빈 몸이고 빈 마음이다. 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문을

잠근다'는 것은, '내 사랑'으로 지칭되는 소중한 것들을 가둔다는 것이고 그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금이자

감금일 것이다. 사랑의 열망이 떠나버린 '나'는 '빈집'에 다름 아니고 그 빈집이 관(棺)을 연상시키는 까닭이다.

삶에 대한 지독한 열망이 사랑이기에, 사랑의 상실은 죽음을 환기하게 되는 것일까.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고 나직이 되뇌며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을 하나씩 불러낸 후 그것들을 떠나

보낼 때, 부름의 언어로 발설되었던 그 실연(失戀)의 언어는 시인의 너무 이른 죽음으로 실연(實演)되었던가.

죽기 일주일 전쯤 "나는 뇌졸중으로 죽을지도 몰라"라고 말했다던 그의 사인은 실제로 뇌졸중으로 추정되었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오래된 서적')이라 했던 그가, 애써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정거장에서의 충고')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건만.

 

그가 소설가 성석제와 듀엣으로 불렀던 팝송 [Perhaps Love]를 들은 적이 있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맑은

고음이 그의 몫이었다. [Perhaps, love is like a resting place…]로 시작하던 화려하면서 청량했던 그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라는 그의 독백도.....

 

 

 

▒ Perhaps Love (아마도 사랑은)  - 플라시도 도밍고 & 존 덴버 -


Perhaps love is like a resting place    
아마도 사랑은 휴식처인 것 같아요
A shelter from the storm

폭풍으로부터의 은신처이죠
It exists to give you comfort

사랑은 당신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 존재해요
It is there to keep you warm

당신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곳이죠
And in those times of trouble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When you are most alone

당신이 가장 외로울 때
The memory of love will bring you home

 사랑에 대한 추억은 당신을 안식처로 안내할 거예요

Perhaps love is like a window

아마도 사랑은 창문과 같아요
Perhaps an open door

아마도 열려 있는 문이죠
It invites you to come closer

사랑은 당신을 더 가깝게 다가가도록 해요
It wants to show you more

당신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하죠
And even if you lose yourself

그리고 당신이 길을 잃어도
And don't know what to do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른다고 해도
The memory of love will see you through

사랑에 대한 추억은 당신을 도와 줄 거예요

Oh, love to some is like a cloud

오, 어떤 이에겐 사랑은 구름과 같아요
To some as strong as steel

어떤 이에겐 강철과 같이 강해요
For some a way of living

어떤 이에겐 살아가는 방법이예요
For some a way to feel

어떤 이에겐 느끼는 방법이예요
And some say love is holding on         
그리고 어떤 이는 말하지요 사랑은 견디어 나가는 것이라고
And some say letting go

또한 어떤 이는 놓아 주는 것이라고
And some say love is everything

어떤 이는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And some say they don't know

어떤 이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죠

Perhaps love is like the ocean

아마도 사랑은 투쟁과 고통이 가득차 있는
Full of conflict, full of pain

대양과 같아요
Like a fire when it's cold outside

밖은 비록 추워도 뜨거운 불과 같아요
Thunder when it rains

비가 내릴 때 천둥과 같아요
If I should live forever

만일 사랑이 영원하고
And all my dreams come true

나의 꿈이 실현된다면
My memories of love will be of you.

사랑에 대한 나의 추억은 당신에 관한 것일 거예요

And some say love is holding on

그리고 어떤 이는 말하지요 사랑은 견디어 나가는 것이라고
And some say letting go

또한 어떤 이는 놓아 주는 것이라고
And some say love is everything

어떤 이는 사랑은 모든 것이라고
And some say they don't know

어떤 이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죠

Perhaps love is like the ocean

아마도 사랑은 투쟁과 고통이 가득차 있는
Full of conflict, full of pain

대양과 같아요
Like a fire when it's cold outside

밖은 비록 추워도 뜨거운 불과 같아요
Thunder when it rains

비가 내릴 때 천둥과 같아요
If I should live forever

만일 사랑이 영원하고
And all my dreams come true

나의 꿈이 실현된다면
My memories of love will be of you.

사랑에 대한 나의 추억은 당신에 관한 것일 거예요

 

 

 

2012/12/26 - 휘뚜루 -

 

 

출처 : 산으로, 그리고 또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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