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켜는 아침 / 이해인
밭은 기침 콜록이며
겨울을 앓고 있는 너를 위해
하얀 팔목의 나무처럼
나도 일어섰다
대신 울어 줄 수 없는
이웃의 낯선 슬픔까지도
일제히 불러모아
나를 흔들어 깨우던
저 바람소리
새로이 태어나는 아침마다
나는 왜 이리 목이 아픈가
살아갈수록 나의 기도는
왜이리 무력한가
사랑할 시간마저
내 탓으로 잃어버린
어제의 어둠을 울며
하늘 위에 촛불켜는 아침
너를 위한 나의매일은
근심중에서도
신년 축제의 노래와 같기를 ㅡ
그래서 나는
눈부신 언어를 날개에 단
아침 새가 되고 싶었다
◐ 이해인 시집 『 시간의 얼굴 』중에서
Bernward Koch - The Silver V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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