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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傘(김광련)/김광련시

[스크랩] 두레문학 제12호

by "조우" 2013. 7. 23.

            

 

 

몽돌도 향기로운 꽃이 된다

 

                           김광련

 

만성 변비로 고생하는 어머님

관광 가서 며칠 만에 볼일을 보다가

변기가 막혀 도망을 쳤는데

신호등에서 차가 멈춰

주인이 잡으러 올까 봐 진땀이 났단다

임자 오늘은 똥 눴는감?

화장실에서 나온 어머니 보며

무뚝뚝한 아버님의 그 한마디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보소, 발이 그게 뭔교

오른쪽 다리도 좀 내어보소

무좀 걸린 아버님 발을 씻으며

에고 더럽다 더러워

물에 퉁퉁 불러 싹싹 씻어야제

발이 이게 뭔교

무안해진 아버님 미소 지으며

그래도 어머니가 밉지 않으시단다

잔소리가 되레 구수하시단다

사랑이 별건 감

술술 나오는 변처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의 몽돌처럼

편안히 낡아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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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밥/김광련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詩도 먹고 싶다
구수한 잡곡밥에
꿈틀거리는 詩眼로

한 양푼이 비벼

배 두들겨가며

먹어봤으면 좋겠다

싱싱한 詩語들이

행과 행 사이를 넘나들며 

진액을 쏟아낸다면

폭 삭은 詩心들이

연과 연 사이를 오르내리며
찐쌀처럼 여운이 남는다면

배탈이 나도 좋으리
설익은 밥이
농익은 詩가 될 때까지

혀끝에 매달려 오돌거린다

출처 : 무지개 뜨는 언덕
글쓴이 : 여산김광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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