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돌도 향기로운 꽃이 된다
김광련
만성 변비로 고생하는 어머님
관광 가서 며칠 만에 볼일을 보다가
변기가 막혀 도망을 쳤는데
신호등에서 차가 멈춰
주인이 잡으러 올까 봐 진땀이 났단다
임자 오늘은 똥 눴는감?
화장실에서 나온 어머니 보며
무뚝뚝한 아버님의 그 한마디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보소, 발이 그게 뭔교
오른쪽 다리도 좀 내어보소
무좀 걸린 아버님 발을 씻으며
에고 더럽다 더러워
물에 퉁퉁 불러 싹싹 씻어야제
발이 이게 뭔교
무안해진 아버님 미소 지으며
그래도 어머니가 밉지 않으시단다
잔소리가 되레 구수하시단다
사랑이 별건 감
술술 나오는 변처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의 몽돌처럼
편안히 낡아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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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밥/김광련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詩도 먹고 싶다
구수한 잡곡밥에
꿈틀거리는 詩眼로
한 양푼이 비벼
배 두들겨가며
먹어봤으면 좋겠다
싱싱한 詩語들이
행과 행 사이를 넘나들며
진액을 쏟아낸다면
폭 삭은 詩心들이
연과 연 사이를 오르내리며
찐쌀처럼 여운이 남는다면
배탈이 나도 좋으리
설익은 밥이
농익은 詩가 될 때까지
혀끝에 매달려 오돌거린다
출처 : 무지개 뜨는 언덕
글쓴이 : 여산김광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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