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의 고백 / 이 희라
당신을 키 큰 여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저를 기억하시나요?
당신이 파티에 갈 때 걸음걸음 함께할 수 있음에
얼마나 신이 났는지 당신은 모르실 거예요.
지난겨울 당신이 계단에서 미끄러지고 난 후
당신을 안을 수 없던 날들
혹여 당신이 나를 외면할까 봐 가슴 조이며
날마다 당신을 위해서 기도했답니다.
어젯밤엔 당신과 쇼핑도 하고 공원을 거닐었어요.
꿈속이었지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다리가 빨리 나아서
좋아하는 바다를 보러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에겐 함께한 아름다운 추억이 있잖아요?
보라색 정장에 멋진 가방을 든 당신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외출하는 날
당신과 함께 푸른 신호등 앞에 서게 될 날이
머잖아 꼭 올 것이라고 믿어요.
그날이 오기까지 당신만을 기다릴게요.
- <시인정신> 2011년 봄호-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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