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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라 시인/이희라 ·시

[스크랩] [시] 잘 익은 시 / 이희라

by "조우" 2014. 1. 11.

 

 

 

 

 

 

 

 

 

 

잘 익은 시 / 이희라

 

 

 

 

파릇한 시詩감 여럿으로 쪼개고

굵은 소금 척척 뿌려도

좀처럼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밤새워 행과 연에 간을 한다

 

 

다듬고 썰어서 다진

시어들로 버무려서

널찍한 겉잎에 감싸 안아

차곡차곡 통속에 재워 두니

서로 보듬어 안아 맛이 든다

 

 

배춧잎 버무리듯 나를 버무린다

구석구석 소금기가 몸에 스며든다

펄펄 살아있는 기를 다스리며

매운 세상을 바라보다가

짭짤한 삶을 생각하다가

몇 번이고 까무러친다

 

 

잘 숙성된 김치처럼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고

무거워서 무심히 지나치지 않을

그런 시였으면 좋겠다. 내 시는

 

 

 

 

                -계간 '시인정신' 2011년 봄호-

 

 

 

 

 

 

첨부파일 잘 익은 시 - 이 희라 (낭송- 세미).mp3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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