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 / 이희라
어머니께 북엇국을 끓여 드리려고
통북어를 꺼내 놓았다
가슴이 텅 빈 몸뚱이
메마른 껍질이 상처를 덮고 있다
바싹, 달라붙은 누적된 생의 고통
찢길 때마다 얼룩지는 비명
저린 어깨를 움츠리며
삐걱거리는 어머니의 관절통이
오돌오돌 떨고 있다
젖은 바다를 오랜 시간 자맥질하던 몸
마르다 젖고 얼다 풀리기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아프지 않으면 제 것이 아닌 듯
온몸으로 눈 뜨고 우는
눈물샘 말라버린 물고기
' 좋은 생각' 2012년 5월호 '이달의 시'
문태준 시인의 시평
이 시는 늙음을 물기가 말라 없어진 상태, 건조함이 진행되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통북어에 비유된 늙은 몸은 속이 텅 비고, 같은 딱딱하고 메마르며, 뼈마디는 뻣뻣합니다.
넓고 큰 바다를 헤엄친 적도 있으나 이제는 삶이라는 덕장을 거쳐 왔기에 힘도 떨어지고
둔해졌을 뿐입니다. 움푹 들어간 눈에도 눈물이 말라 버렸습니다. 몸에서 나는 소리는 슬피
우는 울음소리뿐입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를 통북어와 동일화한 이 시는 통북어의 외관을
어머니의 허물어진 신체에 빗대고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애통한 심경을
절제와 여백으로 말할 때 서정시의 감동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줍니다
Amad Amma - Farid Far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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