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깃발 / 이희라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치자
다용도실 양파는 영하 20도에서 냉동되었다
황갈색 커튼을 열고 노크하니
안으로 웅크리고 얼어붙은 몸
혼수상태에 빠져 기척이 없다
돌덩이 몸을 안아준다
차디찬 가슴에 딱딱한 통증
체온이 전해지자 짓무르기 시작한다
얼마나 욕심을 더 버려야 하나
겹겹이 숨어 있던 잘못과 오만
버려야 할 삶의 꺼풀들이다
한 겹 한 겹 흰 붕대를 풀어내
어느덧 중심에 이르니
아직 맥박이 뛰고 있는 샛노란 싹
하나하나 전선戰線을 내주면서도
이 악물고 끝까지 지켜낸 온기
노란 깃발이 더 뜨겁다.
-제6회 경희해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최우수상-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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