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사색에 젖다
/ 이 희라
비틀거리는 허공
흩어진 햇살을 불러 모으니
오래된 기억들이 달려 나온다
홀가분히 벗어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무늬가 나를 대신한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
가슴이 먼저 젖어든다
휘청거리는 발걸음
바람이라도 따라 눕고 싶다
시간을 이기지 못해 흔들리다가
스스로 도는 줄도 모르고 멈춰 선 지점
일상의 중심이 편안하게 돌고
어지럼증도 미동도 없이 팽팽한,
고요가 피어오른다
잠시 그대로 멈춘다
돌고 돌아도 제자리인 것을
언젠가는 쓰러져야 함이 두렵지 않았으면.
(2012년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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