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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라 시인/이희라 ·시

[스크랩] [시] 팽이, 사색에 젖다 / 이 희라

by "조우" 2014. 1. 11.

 

 

 

 

 

 

 

팽이, 사색에 젖다

 

                       / 이 희라

 

 

 

 

비틀거리는 허공

흩어진 햇살을 불러 모으니

오래된 기억들이 달려 나온다

홀가분히 벗어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된 무늬가 나를 대신한다

 

스산하게 불어오는 바람

가슴이 먼저 젖어든다

휘청거리는 발걸음

바람이라도 따라 눕고 싶다

시간을 이기지 못해 흔들리다가

스스로 도는 줄도 모르고 멈춰 선 지점

일상의 중심이 편안하게 돌고

어지럼증도 미동도 없이 팽팽한,

고요가 피어오른다

잠시 그대로 멈춘다

 

돌고 돌아도 제자리인 것을

언젠가는 쓰러져야 함이 두렵지 않았으면.

 

 

 

 

        (2012년 캐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첨부파일 팽이 사색에 젖다 - 이 희라 (낭송- 세미).mp3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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