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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라 시인/이희라·수필

[스크랩] 꿈꾸는 정원에서 / 이희라

by "조우" 2014. 1. 11.

 


 

 

 

 꿈꾸는 정원에서

 

                                        / 이희라

 

 

 '꿈꾸는 정원에서'는 내  블로그 이름이다. 컴퓨터를 켜면 언제나 내 이름은 '꿈꾸는 정원'. 많은 멋진 이름들을 놔두고 나는 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긴장된 현실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몇 년 전 다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움직이지 못해서 긴 시간이 주어졌는데 그 쉬는 동안에 블로그라는 것을 시작했다. 블로그란 인터넷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과 사진 등을 올려놓을 수 있는 개인 방이다.

 

 이민을 처음 준비할 때 한인들의 사는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어디에서도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곳 캐나다 이민 정보를 알리는 블로그를 운영해 보려고 했지만 평범한 주부이다 보니 능력이 부족해서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슬픈 마음에 음악과 그림, 아름다운 시. 좋은 글들을 찾아서 감상하니 위로를 많이 받았고 다른 이과 함께 나누려고 올려놓으니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간다고 했다. 

'위안......' 이렇다 할 재주가 없는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갖고 보잘것없는 방이지만 몇 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집을 나설 때마다 사진작가나 기자라도 된 양 늘 카메라와 메모장을 챙겨가지고 다녔다. 앞만 보고 달려온 내가 옆을 돌아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을 관찰하고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몸이 약해서 바깥에 나가기를 꺼렸는데 블로그 소재가 될만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나갔다. 그 덕분에 건강이 많이 좋아졌으며 자연 앞에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줄 몰랐던 무감각, TV 앞에서 허물어져 가던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느끼는 성취감, 기쁨,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블로그를 하는 것은 참 많은 것을 하는 것이다. 자신과 꾸준히 대화하고 세상을 두루 살핀다. 결함 있는 삶이 어떻게 충만한 삶이 될 수 있는 지, 깨진 꿈이 어떻게 더 완전한 상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지 배운다. 시와 수필 같은 그림과 음악처럼 아름다운 삶의 주인공들이 있다. 어느 블러그든 인을 닮아 있었다. 그들을 해서 날마다 조금씩 열리는 마음을 얻었다.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단어가 사랑, 감사, 행복이다.  '감사합니다..행복하십시오' 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으며 나 역시 그런 말을 많이 해 줄 수가 있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좋은 말을 과연 얼마나 하면서 살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재주도 없는 내가 가톨릭 월간지에 주제별 수필 원고 부탁도 받았으니 그것 또한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꿈꾸는 정원'이라는 이름을 매일 듣다보니 이름대로 살고 싶어졌는지 소녀 때보다 더 꿈이 많아졌다. 쉬는 날 없이 매일 밤늦도록 일하는 우리 부부.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노트북을 옆에 끼고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올려서 많은 이웃나누고 싶다. 다른 사람과 삶을 함께 나누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블로그는 현재진행형으로서 내 일터, 내 독서 노트, 내 일기장, 대화의 방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열린 방 '꿈꾸는 정원에서'가 훗날 노년에도 좋은 벗이 되고 사람들이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가꿔나가고 싶다. 지금 정원에서 무엇을 속삭이는 듯 작은 웅얼거림들이 들려온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본다.

 

 

 

교민 신문에서 부족한 내 글을 이렇게 정성껏 꾸며서 올려주었다.

 

 

                            

                                           ♪

 

 

 


출처 : 꿈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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