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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시

어미 그 이름 1 / 손 월빈

by "조우" 2013. 3. 9.


       어미 그 이름 1 / 손 월빈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이 너무 아쉬운 까닭은 
       내일이 오면 아픈 새끼를 떼어놓고 
       다른 이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웃어야하는 
       매정한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먹은 낙지가 꿈틀대다 못해 
       여린 목울대를 치밀고 올라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잰걸음을 탓하며 
       새끼가 발판 위에서 울꺽거릴 때 
       고요하던 내 창자에도 불끈 힘이 들어가는 것은 
       대신 토해내지 못하는 어미의 되새김질입니다 
       나의 하룻저녁 자유와 맞바꿔 친 
       새끼의 배앓이를 핑계 삼아 
       십년의 소원을 이룬 오늘 
       배를 문지르고 엉덩이를 토닥이며 
       만사를 제쳐놓고 종일토록 품고 있어도 
       흘러가는 하루의 시간이 너무 아쉬운 까닭은 
       내일이 오면 아픈 새끼를 떼어놓고 
       생활고에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매정한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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