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암의 가을/김광련
가을 등쌀에 떠밀려
서운암에 가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그곳엔 홀로 피고 지는
구절초가 지천으로 깔렸고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은빛 억새 군무가 눈부시다
땡볕을 품은 장독대
시린 입맛을 잡아당기고
산등성이마다
단풍을 매단 뭉게구름
관광객들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가을 속으로 걸어가는 저 여자
한 폭의 수채화다
서운암에 가면
누구나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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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이면 호수도 젖는다/김광련
적요만이 흐르는 호숫가
부지런히 자맥질하던 새 한 마리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가만가만 속삭여주던
바람마저 잠이 들면
빗방울들의 축제가 벌어진다
하얀 포물선 그리며
앞다투어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면
방울방울 그리움의 꽃이 피어나
풀 이파리보다 먼저 젖는 그 여자 눈가에
아스라이 멀어져간 사랑이 걸려 있다
추억을 빗질하는 윈도우 브러쉬
발라드 음악처럼 울려 퍼지고
뿌연 차 창가에 새겨 놓은 한 마디
사
랑
해...
비 내리는 날이면 호수도 젖는다
비 내리는 날이면 여자는 호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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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그대/김광련
너와 나
까마득하게 잊고 살다가도
비 내리거나 눈 내리면
추억들이 눈꽃송이처럼 피어나
목마른 나무처럼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왼 종일 비를 맞으며 거릴 헤맨다
너와 나
오랜 세월이 흘려도
서로 마음 끝자락에는
차마 떨구지 못한 미련 한 가닥
사랑이 아닐 거라고 애써 고갯짓하면
어느새 눈가에 바닷물이 밀려와
일렁일렁 네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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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랑합니다/김광련
어머니......
이렇게 당신을 조용히 불러봅니다
나에게 있어 당신은 나를 지탱시키는 힘이고
흔들려도 결코 꺾일 수 없는 뿌리 깊은 나무입니다.
나만 행복하면 당신도 행복하다 하셨지요
이렇게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게 납니다
지금쯤 뭘 하고 계시는지
삭정이 같은 몸 이끌고 밭에 가지나 않으셨는지
어디가 아파 누워 계시지는 않으신지
텅 빈 방안 찬도 없는 밥상 마주하며
외로움 반찬 삼아 드시고 계시지는 않으신지
남편 먼저 여의고
아비 없는 자식 소리 들을까
오 남매 배 곯을까, 어디 다칠까, 맘 졸이며
온갖 정성으로 남 부럽지 않게 키워 놓으니
모두 제 짝 찾아 날아 가버리고
철 지난 바닷가 모래밭에 뒹구는 소라 껍데기처럼
남은 것은 고독과 병든 몸
이 못난 여식 마음이 아파져 옵니다.
어머니 당신의 외로움 뒤로 하신 체
보잘거 없는 작은 선물에도 크게 기뻐하시며
그저 자식들 건강과 행복만 바라시는 그 마음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널 믿는다는 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가
힘들 때마다......
흔들릴 때마다......
채찍질이 되어 여태 잘 지탱시켜 주었고
앞으로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애지중지하던 큰딸 종갓집 맏며느리로 출가시켜
행여나 흠 잡힐까 노심초사하시며
어른들 잘 모시고 형제간의 우애 있게 지내며
속상한 일이 있더라도 참고 살다 보면
복은 저절로 들어온다 하셨지요
그래요,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여식으로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도록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뒤돌아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두서없이 한 자 적어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자식으로 태어난 것이 행복합니다
곱게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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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김광련/시인, 작사가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회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원
한비문학작가
작사/봉이야.사랑합니다.
당신은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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