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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麗傘(김광련)/김광련시

[스크랩] 2009/한비문학 6월호

by "조우" 201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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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화/김광련

 

 

                       앞집 순이 언니 
                       부푼 가슴처럼

                       아무도 모르게
                       함초롬히 피어나

 

                       수줍은 마음

                       누가 볼세라

                       노란 저고리 입고

                       사알짝 미소 짓는 꽃

 

                       가녀린 꽃대
                       바람에 아니 꺾이고
                       순결한 그 자태
                       달밤에 더욱 그윽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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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재산이다/김광련

 

슬픔도 잘 녹이면 재산이라며

밀알 같은 슬픔 하나 

그가 툭 던져 주고 가지 뭐에요  

상처에 덧바르면 잘 낫는

흔하디흔한 후시딘 연고가 없어

이 기막힌 선물 앞에

현기증이 나지 뭐에요  

그래, 슬픔도 재산이라지

정기적금을 할까, 주식을 할까, 

아님, 길목 좋은 곳에 묻어둘까, 하다가

사시사철 잔물결 이는 

마음의 밭고랑에 훌쩍 던져 버렸어요

바람이 지나가고, 햇살이 다녀간 후

곰 삭힌 슬픔의 씨앗이 톡 불거져 나와

가지마다 향 짙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파란 하늘을 이고 나비떼가 찾아드니

쓰디쓴 선물을 안겨 준

그에게 감사의 편지를 쓸 거에요

 

진정 사랑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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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김광련

집 밖에 내다 둔 쓰레기봉투가 수거 거부를 당했다
파란 가슴에 빨간 이름표를 달고 민망하게 서 있다
배출시간 어긴 죄 십만 원 과태료

예전에도 그런 적 있었다
미처 분리수거 하지 못한 마음을
그에게 불쑥 내밀었다가 수취거부 당한 적 있었다

시간은 어리석은 이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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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를 마시다/김광련

 

겁 없이 야금야금 마셨습니다
입술에 착착 달라붙는 맛에
독주가 온몸을 감싸고 돕니다
붉은 와인 몽환에 사로잡혀
정신은 혼미해 져 갑니다

매일 하늘만 쳐다보았습니다
쩍 갈라진 논바닥처럼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무지갯빛은 사라지고
눈뜬장님처럼 헤매고 다닙니다

그대 생각에
불면의 시간은 깊어만 가고
그대 아니면
세상 그 어떤 약도 무용지물이며
그대 없으면
세상 그 어디에도 해독 방법이 없다는 걸

아시나요......그대?

 

 

출처 : 무지개 뜨는 언덕
글쓴이 : 여산김광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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