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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시188

[스크랩]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 2012. 11. 7.
이정록 /황새울 황새울 / 이정록 허리를 펴면 덩달아 일어서는 앞산 지팡이 딛는 곳마다 콩을 심었으면 온통 콩밭이 되었을 마을 일하지 않으면 외려 병이 도진다는 그가 오늘은 두둑콩을 깐다 마루턱에 앉은 그의 알무릎이 햇살에 눈부시다 동부 같은 팔순의 속살 콩 한 소쿠리 토방에 널 때 멀고 먼 저.. 2012. 11. 7.
이정록 / 참 빨랐지 그 양반 참 빨랐지 그 양반 이정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이름 석자 물어 본 게 단데 말이여 그래서 저 남자가 날 퇴짜 놓는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어서 타라는 거여 망설이고 있으니까 번쩍 안아서 태우더라고 뱃살이며 가.. 2012. 11. 7.
김혜수 /묻어 있다는 것 묻어 있다는 것 / 김혜수 막걸리집 구석방 대못에 걸린 허름한 바지며 모자며 작업복들 이상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데 갈피갈피에 묻어 있는 얼굴 없는 얼굴 보인다 벽에 걸린 상장 밖으로 걸어나와 야반도주한 계집애가 보인다 허물 벗듯 훌렁 벗어두고 간 물방울무늬 원피스 부여잡고 .. 2012. 11. 7.